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식탁 위에 쌓여있던 우편물을 하나씩 뜯어봤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봉투가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그런 종류의 서류였다. 뜯기 전까진 이게 도대체 얼마나 더 나를 옥죄어 올까 싶어 괜히 커피를 한 잔 더 타서 마셨다. 막상 열어보니 별거 아닌 내용이었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심장이 빨리 뛰더라. 아마 이런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부채증명서 발급받느라 돌아다닌 날들
생각해보면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가 가장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인터넷 검색창에 이런저런 단어들을 쳐 넣었었다. 개인회생 상담이나 파산신청 방법 같은 걸 찾아보는데 정보는 너무 많고 다들 자기 말이 맞다고 하니 도통 감이 안 잡혔다. 결국 직접 발로 뛰기로 하고 부채증명서를 떼러 다녔는데, 은행 몇 군데를 도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그때 들었던 발급 비용만 해도 몇 만 원이었는데, 사실 그 돈조차도 지금 상황에선 아깝게 느껴지곤 했다.
전자소송포털에서 멍하니 화면만 보던 시간
면책신청서를 등록하려고 전자소송포털에 들어갔던 날이 기억난다. 공인인증서랑 씨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마지막에 제출 버튼 누르기 직전까지 손이 떨려서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여기서 버튼을 누르면 정말로 내 삶의 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결국 제출은 했지만, 그 뒤로 며칠 동안은 매일같이 로그인해서 ‘종국 : 인용’이라는 두 글자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 화면을 처음 봤을 때는 기쁘다기보다 그냥 멍했다. 이게 진짜 다 끝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주변 상황을 듣다 보면 괜히 더 불안해지고
뉴스에서 요즘 대기업 계열사들도 워크아웃 신청하고 뭐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얼마 전엔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 같은 곳들의 여신 관련 기사들을 봤는데, 금융권 전체가 뒤숭숭하다는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빚투니 뭐니 하는 말들이 2030 세대를 지칭할 때마다 나도 저런 카테고리 어딘가에 묶여 있는 사람인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하고. 사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거창한 경제 지표로 설명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달 나가는 원리금 상환액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답답함이 밀려오는 건 매한가지다.
여전히 남은 찜찜한 마음들
주변에선 이제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들 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딱히 속 시원하지가 않다. 개인워크아웃이나 회생 절차를 밟는 게 무슨 대단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지금 당장의 숨통을 조금 트여주는 정도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상담을 받을 때도 확답을 듣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결국 선택은 내가 해야 하고 그 책임도 내가 지는 거니까. 어제는 법원 쪽에서 날아온 우편물을 책상 구석에 밀어두고 한참을 쳐다만 봤다. 면책이 되었다고 해서 어제까지의 내가 겪은 고통이 한 번에 지워지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맹목적으로 서류 한 장에 매달려 왔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들은 이제 좀 지겹다. 그냥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무서워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이 더 가깝게 느껴질 뿐이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불안함이 희미해질까, 아니면 그냥 이게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까. 답을 찾으려고 서류를 뒤적거려봤지만, 결국 답은 서류 안에 없었다.
이런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본 적이 있어서, 그 막막함이 정확히 느껴지네요. 부채증명서 발급받으면서 은행을 돌고돌고 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죠.
부채증명서 발급받으면서 얼마나 시간 들이고 스트레스였는지 공감해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할 때도 정보 과잉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