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끝나지 않던 채무 독촉 전화와 법원 서류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채무 독촉 전화와 법원 서류들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보낸 시간들

도봉구 근처 사무실에서 법무사 상담을 받았던 게 작년 가을이었나. 사실 처음에는 개인회생이라는 게 그냥 신청만 하면 알아서 착착 진행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통장 내역부터 과거 주소지 기록까지, 지난 몇 년간의 내 생활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떼는데 창구 직원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괜히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략 수수료랑 인지대 포함해서 200만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갔는데, 당장 갚아야 할 돈도 없는 처지에 이 목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숙제였다.

잊을 만하면 울리는 추심 전화

법원에 서류를 넣고 금지명령이 나올 때까지는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카드사나 대부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죄송하다고 사정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무음으로 해두고 폰을 뒤집어 놓는 게 습관이 됐다. 법률 사무소에서는 곧 멈출 거라고 안심시키는데, 막상 내 핸드폰은 계속 울려대니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 거다. 어떤 날은 퇴근길에 모르는 번호만 봐도 심장이 쿵 내려앉아서 괜히 집까지 돌아가는 길을 바꾸기도 했다. 이게 법적으로 효력이 생긴다고 해도, 당장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압박감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소멸시효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현실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을 보면 국세나 지방세는 소멸시효가 지나면 어떻게 된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혹시 내 채무 중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리하게 정보공개청구도 해봤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귀신같이 알고 소송을 걸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서 시효를 연장해두더라. 기대를 품고 확인했다가 오히려 이미 연장된 기록만 보고 허탈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법이라는 게 채무자를 보호한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채권자가 더 꼼꼼하게 자기들 권리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면책까지 걸리는 긴 호흡의 기다림

변제금을 꼬박꼬박 내는 중인데도 여전히 매달 20일만 되면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게 큰일이다. 3년 아니 5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면책 신청을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서류를 다시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다들 무사히 끝내면 다 잊힌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저 매달 나가는 변제금 통장에 돈이 무사히 빠져나가는지 확인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상황인 걸 전혀 모르니 더 외로운 기분도 든다.

변한 게 없는 듯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

어제는 또 법원에서 무슨 보정 명령이 내려왔다. 이번엔 추가 소명 자료를 내라는 건데, 또 은행 가서 입출금 내역을 뽑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과정 자체가 너무 지치고 귀찮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나 싶다가도, 그래도 예전처럼 추심 전화에 시달리며 잠 못 들던 때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이게 해결된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거란 기대는 안 한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카드 한 장 편하게 쓰고, 대출 압박 없이 공과금 내는 게 목표인데 그게 참 멀게만 느껴진다.

댓글 1
  • 20일이 되면 통장 잔고 확인하는 거, 정말 맴이 아파요. 저도 5년 전 비슷한 경험 있어서, 그때는 돈이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