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던 그때
처음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갔던 날은 비가 꽤 많이 왔던 것 같다. 부산의 어느 좁은 골목에 있는 사무실이었는데,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검색창에 제일 먼저 뜨는 곳을 골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곰팡이 냄새랑 묵은 종이 냄새가 섞여서 훅 끼쳐왔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꽤 담담하게 내 상황을 들었다. ‘이 정도면 회생이 가능하긴 한데, 주식으로 잃은 금액이 좀 많아서 보정 명령이 까다롭게 나올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주식으로 날린 돈이 얼마인지 다시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그 액수가 내 삶을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상담 비용으로 일단 50만 원을 먼저 입금했던가. 그 돈을 마련하려고 또 여기저기 빌리러 다녔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법무사 비용은 대략 200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게 한꺼번에 나가는 게 아니라 분할로 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잊을 만하면 날아오는 채권자들의 독촉장
개인회생 절차를 시작하고 나면 독촉 전화가 멈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법원에서 금지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채권자들에게서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자와 전화가 왔다. 특히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쪽은 정말 집요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아는지 모르겠다. ‘채무불이행 정보 등록 예정’이라는 문자가 올 때마다 손이 떨려서 휴대폰을 엎어두기 일쑤였다. 결국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그런데도 집으로 우편물이 날아오니 소용이 없었다. 우체국 택배를 받을 때마다 혹시 이것도 압류 관련 서류인가 싶어서 겁부터 났던 시절이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나 개인워크아웃 같은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미 회생 절차를 시작한 뒤라 되돌릴 수도 없었다.
이직과 주식, 그리고 끊이지 않는 불안함
개인회생 중에는 이직이 정말 조심스럽다. 나도 중간에 회사를 옮기게 되었는데, 소득이 조금이라도 변동되면 법원에 다시 보고해야 하고 그 과정이 정말 번거롭다. 법무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그냥 조용히 다니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인데,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매달 나가는 변제금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주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회생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결국 주식이었다. 이제는 앱조차 지워버렸지만, 가끔 예전에 내가 투자했던 종목 이름이 뉴스에 나오면 습관적으로 수익률을 계산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는 방법
개인회생 기간이 보통 3년에서 길면 5년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 반 정도 왔다. 매달 15일에 법원 지정 계좌로 변제금을 입금하는 게 매달 돌아오는 가장 큰 행사다. 입금 확인 문자가 올 때마다 ‘이번 달도 일단은 버텼구나’ 싶다. 부산시에서 청년들을 위해 채무조정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상담을 받아볼까 싶어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막상 상담사와 대면해서 내 밑바닥을 다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좀 망설여진다. 이미 서류상으로는 다 털어놓았지만,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 보고 ‘제가 사실은…’이라며 말문을 떼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1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데, 그 돈이면 변제금을 몇 달은 메울 수 있는 금액이라 고민이 깊다.
끝이 나긴 하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면책이 결정되면 나는 정말 괜찮아질까? 신용 점수가 회복되고, 예전처럼 카드도 만들고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되면 정말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주변 친구들은 이제 하나둘씩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3년 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서류 뭉치만 만지작거리는 기분이다. 불안감은 여전하고, 가끔은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매달 돌아오는 15일에는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입금해야지. 그것 말고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주식 손실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회생 절차 진행하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후회도 컸겠네요.
어렵게 상황 정리하다 보니, 지금처럼 불안하게 사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저는 100만 원 지원받고 변제금도 꾸준히 내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식 얘기는 정말 공감되네요. 회생 절차에 집중하느라 다른 투자는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채무조정 비용 지원 사업, 정말 필요한 시기에 알려줘서 고마워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주식에 매달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